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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복한 백성들 덧글 0 | 조회 400 | 2019-07-16 16:55:22
예지  

불법을 표상하는 만호의 등들.

'내 나이 마흔아홉.' 왕은 생각을 계속하신다.

'마흔아홉. 그리고 고치기 어려운 이 병.' 왕은 슬픔이 일어남을 깨닫는다. 왕은 오욕을 금하는 생활 을 하셨다. 수라도 잠저 시나 다름없었다. 진지 한 그릇과 나물국 한 그릇과 짠 반찬 한 그릇과 물 한 그릇으로 수도 하는 중의 식사를 하시는 일이 많았다.

야청 무명 소매 넓은 옷틔에 갓끈까지도 야청 무명으로 다 시고 궐내에서는 짚신을 신으셨다.

금 술잔 은 술잔을 폐하시고 사기 잔을 쓰시고, 무슨 연회 에나 놋잔을 쓰셨다.

정인지, 신숙주 같은 중신들이 매양 후궁을 간택하여 들이 기를 여쭈었으나 상감께서는 듣지 아니하시고, 선왕 적부터 부리시던 늙은 나인 외에는 일체 젊은 계집을 궐내에 들이 지 아니하셨다.

주무실 때에 쓰시는 금침까지도 비단이나 명주를 금하시고 야청무명에 다홍 깃 단 것을 쓰셨다.

방이 더우면 마음이 게을러지고 또 정욕이 동한다 하여 엄 동설한에도 불을 많이 때기를 금하시고, 또 찌는 듯한 복염 에도 베옷과 부채와 얼음을 쓰지 아니하셨다.

몹시 더운 날에 솜옷을 입으시고 문창호를 꼭꼭 닫고 계셔 서 신하들에게 몸을 길들이고 마음을 굳세게 하는 법을 가 르치셨다. 이 모양으로 상감은 몸의 편안을 위하는 모든 탐 욕을 끊는 생활을 하시면서 오직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일 에 힘을 쓰셨다.

이 임금께 세상 사람과 같은 낙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하는 신하들을 데리시고 술을 잡수시는 것이었다. 밤이 깊도록 술을 잡수시며 취흥이 도도하시면서 신하들과 희롱을 하셨 다. 떠밀기 내기도 하시고 팔씨름도 하시고 팔목을 힘껏 부 르쥐어서 아프게 하기 내기도 하셨다. 신숙주, 구치관은 수 없이 여러 번, 동무를 하여 드렸다.

그러나 그러하신 중에도 왕자의 존엄을 잃으심은 없으셔 서, 곁에 뫼신 세자(뒤에 덕종대왕으로 추존되신 이)를 향하 셔서는,

"나는 이러하더라도 너는 이러하여서는 아니 된다."

하고 훈계하셨다.

이렇게 근엄하신 생활을 하시면서 오직 국리 민복을 생각 하셨건마는, 한되는 것은 사람이 없는 것이었다.

정인지는 학문은 도저하나 위인이 범상하였다. 그는 확고 한 제 주견이 서지 못하고 매양 좀된 유생들의 이용물이 되 어서 불법에 반항하는 의사표시를 하다가 왕의 책망을 받았 다.

괴애(乖崖) 김수온은 유학과 불법을 다 잘 알고 더욱이 불 도에 대하여서는 왕의 동지였으나 이 역 위인이 변변치를 못하여서 세간법(世間法)과 출세간법(出世間法)을 구별할 줄 모르고 걸핏하면 절로 달아나서 숨어버린다고 하였다.

신숙주, 한명회는 다 구하기 어려운 정치가지마는 왕이 보 시기에 국가의 만년대계를 의논할 사람은 못 되는 것 같았 다. 하물며 무변중생을 다 건진다는 보살의 대원에 대하여 서는 땅띔도 못 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리하여서 왕은 유가로 하여금 나라의 현실적 정치를 행 하게 하고 불가로 하여금 백성의 영원한 구원을 행하게 하 기로 하신 것이다. 신숙주와 한명회 같은 이들은 현실의 정 치가로, 신미, 수미, 학열, 학조 등은 백성의 마음을 불도로 인도하는 일을 맡는 사람으로 상감의 심중에 정해놓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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